10년의 정성이 만든 작은 싹 하나 네이처스 레터 17호 Nature's Letter vol.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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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로고로 만든 호이 우간다 간판 예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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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단법인 호이 박자연 대표입니다.
저는 지난 2월 14일(수)부터 2월 25일(일)까지 우간다 출장을 다녀왔어요. 한국에서 초등 교사들의 선생님으로 유명하신 사람과 교육 연구소의 정유진 선생님, 국립국제교육원의 파견으로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초등학교에서 5학년 수학을 가르치고 계시는 김부현 선생님을 모시고, 우간다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출장은 여러모로 가슴 뿌듯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들을 네이처스 레터 독자님들과 나눌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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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3초 만에 10년 지기 같은 라포 형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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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학교사들을 위한 단기집중교사연수 STIC(Short Term Intensive Cour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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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선생님과 김부현 선생님을 강사로 모시고 굴루/오모로 지역의 사업학교 46개교에서 5학년 수학 담당 선생님, 수학과 부장 선생님 총 92명을 단기집중교사연수에 초대했어요. 우간다는 초등학교 졸업시험(Primary Leaving Exam, 이하 PLE)이 있는데, 수학 과목의 낙제율이 가장 높아요. 마침 수도 캄팔라의 PLE 성적이 높은 공립학교에서 부현쌤이 수학을 가르치고 계셔서, 수학 교사 연수를 했습니다. 놀이와 수학을 접목해서, 손가락을 이용해 교실에서 간단히 적용해 볼 수 있는 수학 놀이들을 배웠고, 5학년 수학 교과에 나오는 단위 변환(cm↔km, g↔kg, ml↔L 등)을 활용한 퀴즈도 풀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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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 정도의 선생님들은 단위 변환 문제를 잘 못 푸셨고, 한두 문제 틀려도 왜 틀렸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쉬운 문제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연산력을 높이기 위한 수학 워크북도 만들어갔는데, 학생들에게 연습시키기 이전에 교사들부터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동안 노력해서 100% 중에서 그래도 10%까지는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1% 수준인가 싶어서 순간 좌절하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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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수학 실력을 보여준 단위 변환 수수께끼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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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 수 덧셈 100 문제를 제한시간(4분) 안에 다 푼 선생님은 몇 명이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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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번 연수에서 있었던 기적같은 순간이 있어요. 지각이 너무 만연한 문화라서 정시에 연수를 시작하는데 늘 애를 많이 먹었어요. 그래서 연수 출석부에 도착 시간을 늘 기재하게 하고, 일찍 오는 학교 교사들에게는 선물을 주는 등의 시간 관리를 위한 노력을 많이 했는데요. 이번 오후 연수는 2시 시작인데, 1시 53분에 연수를 시작했어요. 정시보다 더 먼저 시작한 연수는 처음이라서, 이것도 너무 기뻤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달라지면, 언젠가는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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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처음으로 정시보다 7분 일찍 연수를 시작한 기적의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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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진행한 <사랑은 연필을 타고> 캠페인의 학용품 전달을 시작했어요. 보통 한 반에 100명 이상 되는 학생이 있는 경우는 그래도 많이 봐서 익숙했는데요. 방문한 학교 중 아쳇 초등학교(Acet Primary School) 1학년은 한 반에 177명이었어요. 정말 학생들이 빼곡하게 앉아있는데,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교실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분반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건축 비용은 너무 비싸고, 교사 수도 부족하고, 모든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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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88명, 여학생 89명, 총 177명 1학년 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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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가지 놀라웠던 건, 아이들에게 “노트 2권, 연필 2자루”의 의미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었어요. 자기 노트와 연필이 생긴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고, 또 선생님들도 많이 고마워했어요. 아직 학교 등록 기간이라서 아이들이 계속 학교에 오고 있는데 (학비를 내야 학교에 등록할 수 있어요) 아마 친구들이 학용품을 받은 걸 알게 되면, 아직 학교에 오지 않은 다른 아이들도 학교에 오고 싶어질 거라고 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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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학교로 이끄는 선물 : 노트 2권, 연필 2자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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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학교로 이끄는 것이 이렇게 작은 학용품이라니, 놀랍지 않나요? 올해는 2,800명의 1-3학년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선물했는데, 올 연말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은 연필을 타고> 캠페인에 참여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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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50명만 되어도 가능한 학습자 중심 수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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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 수업을 하는데, 늘 어려운 점은 한 교실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과서도 없다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오모티 힐 초등학교(Omoti Hill Primary School)에 가서 이제까지 아프리카에서 봤던 수업 중 가장 짜임새 있고, 학생들의 참여와 집중도도 높고, 교사의 수업 준비도 완벽한 수업을 봤어요. 노라 선생님의 6학년 영어 수업 시간이었는데요. 이 반은 놀랍게 2인 1교과서가 있었고, 학생 수가 평소 다른 교실의 절반 수준인 40명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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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할 때 학습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셨고, 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면서 이번 시간에 배울 내용과 연결을 하셨고, 형용사에 대해 배우는데 관련 형용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실생활의 사물들과 관련 자료 차트들을 모두 준비해 오셨어요. 이 정도는 열심히 하시는 다른 선생님들도 하시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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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배운 모든 형용사에 대한 예시를 준비하신 노라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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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짜 놀라웠던 건, 그룹 활동을 할 때였어요. 그룹마다 서로 다른 과제가 적힌 활동지를 그룹에 나눠주시고, 학생들의 토론을 적을 수 있는 A4 종이도 함께 나눠주셨어요. 그리고 팀의 이름을 정하고, 내용을 정리할 리더를 정하고, 활동지의 활동을 하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주셨죠. 그룹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의 활동을 도와주셨고, 그룹 활동의 발표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 내용을 전체적으로 정리까지 하셨어요. 이렇게 짜임새 있는 수업을 아프리카에서 처음 본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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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이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활동을 도와주시는 노라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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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들이 잘 했을 때 해주는 칭찬 박수(아프리카 교육 현장의 고유한 특성으로 학생들의 동기 유발을 위한 다양한 박수가 있음)도 학생들이 원하는 박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줬어요. 수업의 하나하나 어쩜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준비를 했는지 정말 너무 놀라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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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변화를 만드는 학교학습공동체(School-based Learning Commun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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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의 학교학습공동체(School-based Learning Community, SLC) 사업은 주 1회 공개 수업 및 동료 교사 참관, 이후 수업 협의 미팅을 중심으로 합니다. 보통 SLC가 잘 되는 학교들은 수업 공개와 수업 협의 미팅을 주 2회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모티 힐 초등학교는 하루 2회 공개수업, 이를 한 번에 다루는 수업 협의 회의를 주 2회나 하고 있었어요. 즉 공개 수업과 동료 교사 참관이 주 4회나 이뤄지고 있었어요. 주 1회도 공개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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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C 미팅을 할 때 오그왈 조지 교장 선생님(Ogwal George)은 SLC를 통해 모든 교사들이 수업 준비를 더 잘 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모든 교사가 Scheme of Work, Lesson Plan, Learning Aids를 준비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SLC를 하면서 단순히 교장 한 사람만 리드하는 학교가 아니라, 모든 교사가 하나의 팀으로 함께 이끄는 학교가 되었다고 했어요. 또한 우간다 교사들이 우리가 소개한 문화 – 학교학습공동체(SLC) – 를 수용한 것처럼, 우리도 우간다 아촐리의 문화 – 한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기 – 를 수용하면 좋겠다고 간곡하게 말씀하셨어요. 보통은 일정에 쫓겨서 학교에서 준비한 점심을 못 먹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날은 정말 극진한 환대를 받아서 학교에서 현지식으로 준비한 점심을 함께 먹고 왔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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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교장로 선정되셨던 오그왈 조지 교장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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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촐리식 환대 : 하얀 테이블 보가 깔린 점심 테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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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면 10년이나 일했는데, 아직도 여기까지 밖에 못 왔나 좌절하게 되는데요. 구석구석 잘 찾아보면, 보석처럼 빛나는 선생님, 교장 선생님들이 있어요. 교사 월급도 생존이 안 될 만큼 낮고, 체계적인 교사 교육도 못 받았고,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추가 교육 기회도 적고, 뭔가 더 열심히 할 동기도 부족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정말 열심히 하는 교사, 교장, 학교가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열악한 교육 현장에서 애쓰는 선생님들 가장 가까이에서 힘이 되어드리는 호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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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일
사단법인 호이 설립자 겸 대표
박자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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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를 응원해주시고,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회원님의 나눔으로 오늘도 호이는 더 단단한 단체로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 호이를 후원하지 않으신가요? 호이와 함께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좋은 선생님을 만나 양질의 교육을 받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후원이 호이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호이를 정기후원하시는 분들에게는 호이에서 만든 <APOYO 필통과 호이 연필 3자루>를 웰컴키트로 보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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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호이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15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G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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