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마지막 날 밤, 우리는 별똥별을 보았다. 수직으로 3초간 떨어진 별똥별에 지난 10여일의 추억과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토록 고대했던 별똥별보다 내 뇌리에 더 선명하게 박힌 것은 우간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 동고동락했던 우리 단원들의 얼굴과 목소리였다. 울고 웃었던 우간다에서의 우리를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청춘'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만큼 벅차고 가슴 떨리는 날들이었으며, 별똥별보다도 빛나고 소중한 추억이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우간다를 향한 우리의 여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10시간 넘게 날아온 비행기는 기상 악화 문제로 인해 에티오피아에 착륙하지 못했고, 옆 나라 케냐에 임시 착륙하여 기상이 안정된 후에야 에티오피아 공항에 비로소 착륙할 수 있었다. 앞선 비행기들의 연착으로 인해 뒤 비행기들도 줄줄이 연착되었고, 공항에서 7시간 대기 후 또다시 2시간을 날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도착했을 무렵, 우간다는 벌써 어둑한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 25인승 버스에 몸을 싣고 7시간을 주야장천 달린 우리 눈앞에는 아름다운 노을을 담은 굴루의 풍경들이 펼쳐졌고, 두근거리는 가슴이 우리들의 지친 몸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그러나, 비행기 연착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아부가 초등학교 아이들의 신체검사를 진행하던 중, 9살 남자아이가 갑자기 쓰러져 보건실로 실려 갔다. 40도 이상의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이던 아이의 병명은 말라리아였다. 말라리아에 대해 공부만 해봤지,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질병이었기에 말라리아를 처음 눈으로 본 나는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아프리카의 환경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고, 나는 부팀장으로서 단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다른 날에는 빵꿔로 초등학교 신체검사를 하러 가는 팀의 버스가 진흙 웅덩이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힘을 모아 버스를 밀기도 하였다. 우리 숙소는 몇 시간마다 정전이 되고, 물이 끊겨 많은 단원이 씻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은 우리 팀 앞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나 혼자였다면 고난과 역경이었을 일들을 함께하니 이겨내고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이 되었다. 낯선 땅에서 한 단원에게 닥친 문제는 팀 전체의 과제가 되었고, 우리는 서로 돕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매일 밤, 머리 위에 쏟아질 듯한 은하수 아래에서 우리는 그날 하루에 관해 이야기하고, 깔깔 웃고, 고마움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십시일반 힘을 합쳐 우간다에 자랑스러운 자취를 남기고 돌아왔다.
사실 별똥별은 매일 수도 없이 많이 떨어지는데,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한국의 밤하늘에도 무수히 많은 별똥별이 떨어졌을 것이다. 우간다에 가기 전, 내가 봉사단 파견을 결심했던 이유는 명료했다. 의학 생도로서 해외의 열악한 보건 환경과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고, 지구촌 의료사각지대 해소에 조금이나 보탬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봉사는 나의 소원 중 하나였고, 굴루 지역 초등학교 신체검사 및 보건 교육 봉사는 내 사명에 부합했기에 봉사단 파견 전 나의 최우선 순위는 봉사단 목표 달성이었다. 별이 잘 보이지 않는 한국에서의 나는 밤을 환히 비추는 '달'만 보고 살았고, 나의 꿈과 결심을 달에 다짐하고는 하였다. 그런데, 우간다에서 나는 마치 선물과도 같은 '별똥별'을 마주쳤다. 우리 소중한 단원들, 해맑은 우간다 아이들, 따뜻한 우간다 선생님들, 처음 느끼는 낯선 감정들은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오직 우간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별똥별'의 설렘이었다. 누군가에게 별똥별은 소원이라고 했던가. 나에게 별똥별은 내 소원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사람들로 기억될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고, 잊혀 가는 기억을 아쉬워한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우!깐따삐야 팀은 나의 유년 시절처럼 그리워질 것 같다. '깐따삐야'는 '간다 별아'라는 뜻인데, 팀 구호를 떠올리면 우리 단원들은 우간다의 반짝이는 별들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에게 지치고 힘들 순간이 올 때 "호이~! 우!깐따삐야!"가 시간을 건너, 공간을 건너, 별들이 쏟아지던 찬란했던 2023년 여름의 우간다로 데려가 주는 주문이길 바란다. 호이~! 우!깐따삐야!
사진 및 글 출처: <청년, 세상과 함께하다: 44기 WFK 청년봉사단 활동 보고서>, 대학사회봉사협의회, p.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