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단법인 호이 박자연입니다. 사단법인 호이는 2023년 5월 14일(일)부터 5월 25일(목)까지 라오스로 현지 조사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라오스 현지 조사의 목적은 라오스 교육 제도와 초등 교사 양성 제도를 이해하고,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에 대한 필요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라오스는 문헌 조사를 할 만큼 충분한 문헌이 일단 없었어요. 찾을 수 있는 문헌의 레퍼런스를 하나씩 다시 찾아보는 식으로 검색해도, 찾을 수 있는 문헌이 많이 없었어요. 피어 리뷰 저널에 출판된 2-3개의 논문의 경우도 인용 출처가 미출판된 박사학위논문(고위 공무원이 해외 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이어서 문헌 찾기가 더 어려웠어요. 문헌과 실제 제도의 운영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교사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라오스 교사들이 필요로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라서 그런지 정부와의 협조가 필수이고, 너무 중요해요. 이번 조사에서도 교육부에서 일반 여행 비자가 아니라 공무 비자를 받고 오라고 했고, 현지 일정 중 정부 기관 및 학교 방문엔 관할 공무원(교육부, 도교육청, 군교육청)이 모두 동행했어요. 처음엔 외국의 작은 NGO 하나 조사차 오는 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모든 부분에 정부가 관여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그래서 대관업무가 정말 중요한 곳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번에 만난 공무원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협조적으로 저희 현지 조사에 함께해 주시고, 시간도 내주시고, 질문도 적극적으로 답해주셔서 사실 놀랐습니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의 내륙 국가로 산악 지대에 소수 부족들이 흩어져서 살아요. 그래서 학교 규모가 전체적으로 작고, 전 학년(1학년-5학년)이 다 없는 incomplete school이 많아요. 전 학년이 다 있어도, 교사 수가 부족하다 보니 한 선생님이 여러 학년을 가르치는 multigrade teaching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제 방문한 학교도 강원도 대관령 같은 꼬불꼬불 산 길을 차로 30분 정도 간 곳에 있었는데, 유치원부터 5학년까지 다 있었지만, 교사는 초등 교사 3명(교장 1명, 교감 1명, 교사 1명), 유치원 교사 1명으로 전체 4명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4학년과 5학년은 통합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신기하게 아프리카와 다르게 교사들의 책무성이 높고, 동아프리카에 흔한 교사의 결석/지각/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teacher absenteeism이 거의 없었어요. 불가피하게 우기에 도로 사정이 안 좋아 늦어지는 경우도 사전에 교장 선생님께 연락을 하고, 다른 선생님이 교사가 올 때까지 두 반~여러 반을 한꺼번에 감독하던지, 아예 못 오는 경우엔 아이들을 하교 시키는데, 1년에 이런 일은 손꼽을 정도라고 합니다.
라오스의 학기는 9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5월 3번째 주가 전국 초등학교 학년말 시험 기간이에요. 10점 만점 중 5점 이상이 패스(진급)이고, 시험 문제는 도교육청에서 1차로 만들고, 교육부에 보고한 후, 다시 도교육청, 군교육청, 일선 학교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시험 문제를 프린트해서 주는 건 아니고, 선생님이 칠판에 쓰면 그걸 노트에 받아 적고, 노트를 제출한다고 해요. (도시도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생각보다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하시고, 학습지도안도 다 작성하시고, 교장 선생님이 다른 교사들 수업에 대해 피드백도 주시고, 어려운 점은 School Cluster 모임을 통해 해결하고 계시고, Pedagogical Advisor(PA)라는 교수학습에 조언을 주는 직위가 군교육청에 있어서 학교를 모두 방문해 수업에 대한 어려움에 피드백을 주고 있어요. 생각보다 교사협력학습에 관련해서는 학교 현장이 잘 운영되고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교육부-도교육청-군교육청-학교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게, 이번에 만든 교장용 설문 조사, 교사용 설문조사가 문항이 꽤 많은데 그걸 다 미리 프린트해서 설문 응답을 완료해 두셨더라고요. 학교에 컴퓨터나 프린트도 없었는데 말이죠.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에서 이미 하고 있고, 이분들에게 필요한 건 이분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예산인 것 같아요. 학교에 정말 필요한 건 교사들의 수업 준비, 협력 학습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고장 나서 쓸 수 없는 화장실 보수 공사나 수도 공사인 것 같아요. 지금 이 학교는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자체가 없고, 고지대에 위치해 물을 끌어오기도 쉽지 않고, 이 지역은 물이 말라 버려서 지하수도 없다고 해요. 호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인프라보다 수업 내용과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학교에 올 때마다 제 생각이 흔들립니다. 정말 필요한 건 화장실과 수도 같은 인프라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라오스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최대한 많이 보고,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런 시간이 제 삶에 주어진 이유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