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네이처스 레터 22호 Nature's Letter vol.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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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달 1일에 인사드리는 사단법인 호이 박자연 대표입니다. 저는 청주교대 김민조 교수님과 함께 지난 7월 6일(토)부터 7월 14일(일)까지 우간다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2024년은 호이가 우간다에서 교육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차가 되는 해입니다. 따라서 호이의 학교학습공동체(School-based Learning Community, SLC)가 현지의 학교, 교사와 학생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성과를 하나씩 정리해야 합니다. 이번 출장에서는 SLC가 잘 운영되는 학교 2개교(A학교, B학교)와 SLC가 잘 운영되지 않는 학교 2개교(C학교, D학교)를 방문하여 학교들을 관찰하고, SLC 구성원 선생님, SLC 회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 학부모님을 각각 인터뷰하여, SLC가 잘 운영되려면 어떤 요인들이 충족되야 하는지 조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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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이번 출장에서는 숙소에서 해 뜨기 전에 출발하여 학교 가는 길에 일출을 보고, 학교에 도착해 학생들이 등교할 때부터 하교할 때까지 머물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일몰을 보았습니다. 학교에 자주 방문하지만, 이렇게 하루 종일 한 학교에 머물렀던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이전에 보지 못 했던 아침 보충수업, 전체 조례, 선생님들 관사, 학생 기숙사, 학교 주변 커뮤니티 등도 볼 수 있었어요. 또한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10시간 이상이다 보니 선생님들과 아침 차도 같이 마시고, 점심도 같이 먹고, 학생들과 더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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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C가 잘 운영되고, 학생들의 졸업시험(Primary Leaving Exam, PLE)성적이 높은 학교들은 대부분의 7학년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A학교에서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깜깜한 오전 7시 전에 아이들은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했고, 또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어요. 아침 보충 수업은 별도로 보충수업비를 내야 하는데 7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이 시간에는 보통 초등졸업시험 PLE 모의고사 문제풀이를 했어요. 해 뜨기 전부터 열심히 수학 문제를 푸는 아이들을 보니까 한국의 교육열만큼 우간다의 입시 열풍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SLC가 잘 운영되는 학교들은 대체로 교장 선생님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셨고, 교사들 간 협력도 잘 이뤄지고, 무엇보다 학부모회(PTA)의 지원이 많았습니다. B학교의 경우 학부모회의 지원으로 교사 관사와 학생 기숙사도 지었고, 공용 프린터와 발전기까지 구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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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가 지원한 교사 관사, 발전기, 프린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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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SLC가 잘 운영되지 않고, 학생들의 졸업시험 PLE 성적이 낮은 학교들은 전임 교장들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고, 학교 주변 커뮤니티가 가난하여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 낮고 학부모회(PTA) 참여도 그만큼 적었답니다. 2015년에 SLC를 처음 시작한 학교였던 C학교는 2024년까지 교장 선생님이 3번 바뀌었는데, 전임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 오지 않으신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 기간 동안 SLC의 명맥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애썼던 SLC 회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SLC가 호이의 사업을 넘어 이미 선생님들의 삶에 중요한 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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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학교는 학교에 예산이 너무 적어 손 씻을 비누조차 없었고, 학교 주변의 수도 펌프인 보홀은 한 학기(3달) 내내 고장 났는데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어요. 수도 펌프를 고치는데 얼마가 드는지, 고치는 게 어려운지 물어보니, 2만원이면 당장 고칠 수 있다는 거예요. 2만원이 없어서 한 학기 내내 물도 못 쓰고 있다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당장 테크니션을 불러서 보홀을 고쳤어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보홀 주변에 몰려들며 쏟아지는 물을 마시며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학교에 하루 종일 있다 보니, 학교 주변 커뮤니티까지 둘러볼 수 있어서, 학교의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렇게 보홀까지 고칠 수 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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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D학교는 저에겐 늘 미스터리였어요. 보통 SLC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학교를 상, 중, 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학교는 대부분의 하 그룹 학교에도 못 미쳤거든요. 다른 학교들의 PLE 패스율 하한선이 50%인데, 이 학교는 35%를 간신히 넘곤 했어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이 학교를 직접 가보기 전엔 몰랐답니다. 학교에 도착한 시간이 7시 반으로 학교들 중 가장 늦었는데, 교실과 교무실이 모두 잠겨 있었고, 선생님들은 아직 출근 전이었어요. 그리고 학교 주변에 채석장, 나일강 지류, 농장들이 있어 많은 아이들은 학교에 오는 대신 아동 노동을 하고 있었어요. 이 학교의 졸업 시험 성적이 낮아 4학년 이상 고학년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서 전교생 규모 자체가 다른 학교들의 1/4 수준인데, 재적 인원 대비 출석률도 36% 정도로 아동 노동으로 인한 결석도 많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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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AM 잠겨 있었던 교실, 교무실, 교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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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교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잘 하는 학교들이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줘 명확한 사업 성과를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 하는 학교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형평성(equity)이라는 차원에서는 의미있지 않나요? 그래도 D학교는 스스로 변화해보려고 꿈틀거리고 있었어요.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학부모 총회를 소집하고, 지역 교육감을 초대해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학교와 학부모님들 간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호이에서도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여 D학교에 힘을 실어 드리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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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장을 통해서 하루 종일 한 학교에 머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요. 무엇보다 학교 내 관사에 교사들이 모두 거주하며 SLC 이전에 이미 하나의 생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실질적으로 학교를 지탱하는 큰 힘이라는 것을 배웠네요. 학교에 따라서는 학교 예산의 80% 이상이 학부모가 지원하는 PTA 회비에서 나왔어요. 학교가 더 정돈되고 교수학습 분위기가 좋을수록, 사실상의 학비인 PTA 회비 수준이 높았어요. 국가가 의무 교육에 필요한 재정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면, 학부모의 관심과 재정 지원이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메운다는 것을 보았네요. 이번 출장 내용을 잘 정리해서 연말 정도엔 좋은 결과로 공유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늘 호이의 교육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호이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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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일
Hope is Education! 사단법인 호이
설립자 겸 대표 박자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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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by zhen'en
Published by Hope is Education,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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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호이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15,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G414호 (성수동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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