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단법인 호이 박자연입니다. 2023년도가 벌써 절반이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어요. 네이처스 레터 9호에선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고민했는데요. 지난달에 한 일을 돌아보니, 정말 “공부” 밖에 안 했더라고요. (^_^) 박사과정의 첫 번째 학기를 보내며,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석사를 할 때, 미국에서 온전히 공부만 하던 때가 참 행복한(?) 때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이번 네이처스 레터에서는 공부를 하면서 좀 더 깊게 알게 된 우간다 교육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어떨까 해요.
초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에게 초등학교는 인생의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며, 공식적인 배움을 시작하는 단계로 여겨지죠. 그런데 우간다를 비롯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학교에 가는 일도, 학교에서 실제 잘 배우는 일도 삶의 당연한 과정이 아니랍니다. 우간다는 1990년대 후반에 무세베니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정치적 기반인 시골 지역 학부모들을 위해 보편적 초등교육 정책을 단행했어요. 이때 시행된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보편적 초등교육(Universal Primary Education: UPE)의 정책 아래 초등학교 입학률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학령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뒤늦게 입학하면서, 입학률이 130%에 이른 해도 있었지요.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학교에 등록하기 시작하자, 교실도 교사도 부족해졌어요. 그렇다 보니, 한 반에 100명 이상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교사들도 선생님이 되기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교단에 서야 했죠.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교과서도, 노트나 연필 같은 기본적인 학용품도 갖추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학교에 간 아이들이 만 3년이 지나도 제대로 읽지도 쓰지도 셈하지도 못한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가 되었어요. EFA/UPE를 통해 교육 접근성은 확대되었지만, 실질적인 교육의 질은 떨어진 셈이었죠.
우간다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교육 개혁이 2000년대에 이뤄졌는데요. 그중 하나가 초등교육 과정을 과목 중심에서 벗어나, 주제 중심으로 바꾸었고, 저학년 때는 가르치고 배울 때 사용하는 교수학습언어(Language of Instruction: LOI)를 아이들이 집에서 쓰는 언어인 지역어를 사용하게 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지역어로 배우고 영어를 과목으로 접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가 되면 본격적으로 영어로 모든 과목을 배우게 해요. 그런데 이렇게 영어로 급격히 전환될 때 영어와 지역어가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어는 더 이상 쓰지 않고 영어만 쓰게 해요.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과거 식민 정부의 유산인 유럽어(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데, 특히 영어는 교육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언어/다문화가 특징인 아프리카에서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말하기를 배운 첫 번째 언어(first language: L1)가 셀 수 없이 다양해요. 그렇다 보니 많은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외국어나 다름없죠. 학습의 기본이 되는 인지 발달은 첫 번째 언어로 이뤄져야 하고, 첫 번째 언어로 형성된 인지발달 체계는 두 번째 언어를 배우기 위한 바탕이 되죠. 그런데 첫 번째 언어의 읽기와 쓰기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번째 언어(second language: L2)인 외국어를 말하기가 아닌 읽기, 쓰기부터 배우니 첫 번째 언어도, 두 번째 언어도 제대로 배우기 어렵게 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읽고 쓰기를 시험 본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겠죠?
저학년 때 모국어를 사용해서 배우게 한 우간다 교육 정책이 그래도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그런데 영어를 쓸 줄 아는 것이 교육받은 증거라고 생각하고, 수업 시간에 영어만 사용해야 영어를 더 잘 배운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어요. 최종적으로 초등학교 졸업시험을 영어로 보기 때문에, 경제력을 갖춘 학부모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영어를 가르치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요. 그러면 유치원을 다닌 아이와 유치원에 다니지 못했던 아이의 학습 격차가 발생하죠. 저학년 때 지역 언어를 가르치는 정책에 반대하는 어떤 학부모는 저학년 때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립 학교에 보냈다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가르치는 4학년이 되면 공립 학교로 다시 전학시키기도 해요.